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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 에비스초역, 츠텐카쿠 한카이 전차 친친덴샤

by 뚜벅여행가 2025. 5. 6.

오사카의 츠텐카쿠와 신세카이 골목을 찾는 이들은 많지만, 그 옆 에비스초역에서 한 칸짜리 전차가 출발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바로 이곳에서 출발하는 ‘한카이 전차(阪堺電車)’는 오사카 남부 사카이 지역까지 이어지는 100년 역사의 노면전차로, 빠름보다는 느림, 관광보다는 일상에 초점을 맞춘 오사카 여행의 숨은 보물입니다.

 

 

오사카 에비스초역, 츠텐카쿠 한카이 전차 친친덴샤
오사카 에비스초역, 츠텐카쿠 한카이 전차 친친덴샤

 

 

100년을 달려온 오사카의 노면전차, 한카이 전차

한카이 전차는 1911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오사카와 사카이를 오가고 있습니다. 일본어로 ‘친친덴샤’(땡땡전차)라 불리는 이 노면전차는,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느리게 움직이며, 철길이 아닌 도로 위를 자동차와 함께 달립니다. 총 길이 14.1km, 정차역은 31곳에 달하며, 오래된 상점가, 신사, 주택가를 지나 일본의 진짜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몇년전 츠텐카쿠 옆 에비스초역에서 전차에 탑승했고 종일 이용권을 전차에서 차장에서 구입했습니다. 가격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비싸지 않았던것 같습니다.  사용하는 날짜 도장을 찍어주기 때문에 그날만 사용가능합니다.  정말 일본드라마 한장면 같더군요.  느리게 달리는데, 차안에서 가만히 앉아서 현지인들의 삶의 모습을 구경하는게 흥미롭습니다.  다들 사는게 비슷비슷하네요.

 

속도만 본다면, 난카이 전철이 훨씬 빠르고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여행의 목적이 '속도'가 아닌 '경험'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한카이 전차는 오사카의 바쁜 중심에서 벗어나, 고요하고 정겨운 삶의 결을 따라갑니다. 도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며, 전철처럼 급박하게 움직이지 않고, 정차역마다 ‘삑’ 소리를 내며 멈춰섭니다.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일상의 공기, 현지인의 대화, 바깥 풍경은 시간의 흐름마저 다르게 느껴지게 합니다.

 

오사카 에비스초역에서 시작되는 아날로그 감성

한카이 전차의 시작점인 에비스초역(恵美須町駅)은 츠텐카쿠에서 불과 몇 걸음 거리입니다. 이곳 4번 출구를 나오면 곧바로 한 칸짜리 전차가 대기 중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전차가 너무 작아 놀랄 수도 있지만, 이 아담한 전차는 1920~30년대 제작된 차량을 아직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차창 밖 풍경은 초현대적 오사카 도심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때묻지 않은 골목과 사람들, 상점가가 이어집니다.

에비스초역에서 출발해 종점인 하마데라에키마에(浜寺駅前)까지 약 14km를 달리며, 중간에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 스미요시타이샤(住吉大社): 1800년 역사의 전통 신사로, 도보 2~3분 거리
  • 고엔마에역: 고즈넉한 사카이의 골목, 향토 박물관 접근 가능
  • 하마데라 공원: 봄이면 벚꽃이 만개하는 현지 피크닉 명소

이 외에도 각 역마다 지역 슈퍼, 상점가, 간식 가게가 있어 무작정 내려 걸어도 재미있는 경험이 됩니다.  아무역이나 내려서 그 동네를 좀 걷다가 다시 다음 전철을 타곤 했습니다. 여행하는 특별한 목적없이 하루 종일 사카이를 향해 가면서 어슬렁 거렸던 기억이 납니다.  한카이 전차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1일 승차권 ‘테쿠테쿠킷푸(てくてくきっぷ)’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성인 기준 600엔 정도로, 하루 동안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어, 중간중간 내려 현지를 탐방하기에 제격입니다. 승차권은 차량 내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대부분의 운전기사는 영어가 통하지 않기 때문에 ‘테쿠테쿠’라고 말하거나, 미리 준비한 메모를 보여주면 됩니다. 현금 외에는 대부분 교통카드인 ICOCA나 PiTaPa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 오사카는 우메다, 난바, 도톤보리 같은 트렌디한 여행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카이 전차를 타면, 그런 화려한 공간과는 전혀 다른, 오사카의 본래 모습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전차는 도시의 빈틈을 지나며, 관광지가 아닌 일상이 펼쳐지는 길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골목 사이사이엔선과 나란히 걸어가는 어린아이, 빨래를 털고 있는 아주머니,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향하는 노인. 이 모두가 한카이 전차의 풍경 속 ‘배우’들입니다. 그들과 잠시 같은 리듬으로 숨 쉬는 일은, 어느 고급 여행지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값진 순간입니다.

 

마무리 정리

오사카 에비스초역 한켠에서 느릿하게 출발하는 한 칸짜리 전차는, 당신을 아주 오래된 오사카의 시간으로 데려갑니다.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현지인의 삶과 리듬을 그대로 담아내는 이 전차는, 오사카의 진짜 매력을 보여주는 이동식 풍경화라 할 수 있습니다. 속도와 효율을 잠시 내려놓고, 느림의 미학과 사람 냄새를 따라가보세요. 한카이 전차는 매 순간이 느림의 예술이며, 일상이 여행이 되는 순간을 선물합니다.